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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토그래피

다큐의 외형, 선동의 서사: 「12.3 계엄 그날」에 나타난 영상 권력의 작동 방식

by moodong 2026.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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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형식적 특성: 다큐멘터리가 아닌 ‘선동적 에세이’

 

전한길의 「12.3 계엄 그날」 영상은 형식상 다큐멘터리를 표방하지만,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핵심 요건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이 영상은 사실의 축적과 검증보다는 제작자의 구술과 해석에 중심을 둔 ‘선동적 에세이(Seditious Essay)’ 형식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1) 시각적 권위의 오용

 

이 영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제작자가 오랜 기간 ‘역사 강사’로서 축적해 온 지식 전달자의 권위를 영상의 핵심 장치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인물의 상반신을 안정적으로 담고, 편집은 반론을 최소화한 채 단일 화자의 논리를 연속적으로 배치한다. 그 결과, 해석과 사실의 경계가 흐려진다.

 

  • 관객은 “이건 개인의 해석이다”가 아니라
  • “역사 전문가가 말하는 사실이다”라고 인식하기 쉽다.
  • 이는 다큐멘터리가 요구하는 거리두기(critical distance)¹를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연출이다.

 

 

2) 물리적 증거의 부재와 은폐

 

전통적 다큐멘터리는 증언·문서·영상 기록 등 물리적 증거의 교차 검증을 기본 전제로 한다.

예컨대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와 같은 공영 다큐는 다수의 목격자 증언, 현장 영상, 시간대별 기록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반면 전한길의 영상에서는

 

  • 군 병력의 실제 이동 경로
  • 건물 파손 여부
  • 본청 진입 시도 등이는 증거의 부족이라기보다, 증거를 해석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선택적 편집에 가깝다.
  •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요소들이 ‘질서 유지’라는 추상적 명분 뒤로 밀려난다.

 


 

Ⅱ. 서사 구조와 편집의 왜곡

 

 

1) 쿨레쇼프 효과의 부정적 활용

 

이 영상은 영화 이론에서 말하는 쿨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²를 부정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쿨레쇼프 효과란, 연속된 장면의 배열만으로 관객이 인과관계를 ‘스스로 만들어내게’ 하는 편집 효과를 의미한다.

 

영상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반복한다.

 

  1. 정치적 혼란, 국정 마비에 대한 서술
  2. 부정선거 의혹 제기
  3. 계엄 선포 언급

 

이 배열은 사법부가 규정한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을 배제한 채,

관객으로 하여금 “계엄은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유도한다.

중간 과정은 설명되지 않지만, 편집 덕분에 원인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2) 음모론의 플롯 디바이스화

 

특히 문제적인 부분은 부정선거론을 서사의 핵심 플롯 디바이스(Plot Device)³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 법원의 영장 발부 → 정치적 음모
  • 사법 절차 → 기득권 카르텔의 장치
  • 헌법 질서 → 형식적 규범

 

이런 서사 구조는 법적 판단보다 초법적 권력 행사를 정서적으로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영화적으로 말하면, 관객이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기 위해 악역을 단순화하는 고전적 기법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Ⅲ. ‘무혈 계엄’ 논리와 역사 인식의 모순

 

 

1) 사망자 ‘0명’이라는 맥거핀

 

영상은 반복적으로 “사망자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내란의 법적·헌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아니다.

 

이 논리는 영화 이론에서 말하는 맥거핀(MacGuffin)⁴에 가깝다.

맥거핀이란, 이야기의 본질과는 무관하지만 관객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장치다.

 

  • 쟁점: 헌법 질서의 파괴 여부
  • 영상의 초점: 피가 흘렀는가

 

결과적으로 관객은 불법성의 본질이 아니라 결과의 숫자에 주목하게 된다.

 

 

2) 이중적 역사 인식

 

영상은 5.18 민주화 운동을 ‘정의로운 시민 저항’으로 평가하면서도,

12.3 계엄 당시 국회를 지킨 시민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 시민의 저항은 인정
  • 그러나 그 저항의 대상인 계엄은“국민을 깨우기 위한 계몽령”으로 미화
  •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

 

이는 형용모순에 가깝다.

저항이 정당했다면, 저항의 대상 역시 문제였어야 한다.

영화적으로 비유하면, 불타는 집에서 불 끄는 사람을 칭찬하면서 불을 지른 행위는 미화하는 셈이다.

(관객 입장에선 당황스럽다. 이 영화, 누구 편이죠?)

 


 

Ⅳ. 미디어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결여

 

 

1) 교육자의 위치에서 발생하는 문제

 

전한길은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라,

오랫동안 수험생들에게 절대적 신뢰를 받아온 역사 강사다.

이 위치에서 헌법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할 경우,

이는 개인 의견을 넘어 교육적 권위의 남용으로 이어진다.

 

  • “개인적 견해”라는 방어는
  • “공적 신뢰를 전제로 한 발언”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2) 기록의 진실성 훼손

 

12.3 계엄 당시 가장 중요한 기록자는

공식 브리핑의 화자가 아니라 현장을 촬영한 시민들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영상, 실시간으로 공유된 증언들이야말로 사건의 1차 사료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이러한 현장의 다성성(多聲性)⁵을 지우고,

단일한 이데올로기적 해석으로 사건을 덮어쓴다.

이 점에서 평론가들은 이 영상을

‘다큐멘터리의 외형을 쓴 반(反)다큐멘터리’로 규정한다.

 


 

Ⅴ. 결론: 영상 권력의 작동 방식

 

전한길의 「12.3 계엄 그날」 영상은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믿음을 영화적 장치로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 질문보다는 결론
  • 검증보다는 확신
  • 다큐멘터리보다는 선동적 에세이

 

이 영상은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미디어가 어떻게

‘설명하는 권력’에서 ‘믿게 만드는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평론의 언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세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어떤 세계를 믿어야 하는지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이 영상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영상 권력’으로 기능한다.

 


 

각주

 

  1. 비판적 거리두기(Critical Distance): 관객이 대상에 몰입하되,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확보되는 인식적 거리.
  2. 쿨레쇼프 효과: 서로 다른 장면을 연속 배치함으로써 관객이 인과관계를 자발적으로 구성하게 만드는 편집 효과.
  3. 플롯 디바이스: 서사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나 설정.
  4. 맥거핀: 이야기의 본질과 무관하지만 관객의 주의를 특정 방향으로 돌리는 장치.
  5. 다성성: 하나의 사건을 여러 주체의 목소리로 기록·해석하는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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