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시사회 초대를 통해 《발레리나》를 먼저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어떤 위치에서 존 윅 유니버스를 이어갈지 다소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키아누 리브스 없이도 이 세계관이 유효할까?' '또 다른 액션 클리셰의 반복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존 윅"이라는 존재가 세계관 전체의 정체성이자 무게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레리나》는 그러한 선입견을 단숨에 깨트리는 영화였다. 오히려 이 작품은 존 윅의 무게를 벗어나 자신만의 정체성과 감정을 담아낸 독립된 액션 영화였고, 특히 '배우의 이야기'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었다.
아나 데 아르마스의 새로운 변신 – 감정과 액션을 동시에 이끄는 주연
이 영화의 중심에는 아나 데 아르마스가 있다. 《노 타임 투 다이》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가, 이번에는 장편 전체를 이끌며 진정한 주연으로 우뚝 섰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액션 연기가 단순한 신체 움직임을 넘어 감정과 설득력까지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도식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 '이브'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분노하고, 흔들린다. 액션의 한복판에서도 감정의 밀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액션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존 윅의 정신적 후계자, 그러나 감성은 전혀 다르다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로부터 물려받은 몇 가지 세계관 설정(예: 킬러들의 조직, 엄격한 룰, 버스터 킷 등)을 차용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연출 톤은 매우 다르다. 존 윅이 고독한 숙명 속에서 냉혹함을 극대화했다면, 《발레리나》는 감정과 내면 서사를 더욱 강조한다.
특히 마지막 버스터 킷 장면에서는 액션이 단순한 폭력의 쾌감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인물이 왜 싸우는가’에 대한 진심 어린 대답으로 보인다. 액션 신이 ‘설명’이 되기보다는 ‘이유’가 되는 순간, 영화는 단순한 스핀오프를 넘어 ‘또 하나의 이야기’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디테일한 캐릭터 명칭과 구성 – 쓸데없지 않은 장식
《발레리나》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액션이나 대사 외에도 매우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설정들이었다. ‘버스터 킷’, ‘세 종단의 규칙’, ‘대가 없는 죽음은 없다’ 등의 키워드는 이 영화가 단순한 총격전의 반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극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이나 타투, 의상의 질감까지도 인물의 감정선을 설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달랐다. 이브는 강하지만, 동시에 무너질 수 있는 인간이었다. 무적이 아니라 유한한 존재였기에, 그의 싸움에는 늘 피로와 고통, 희망과 상처가 함께 녹아들어 있었다.
한국 배우들의 등장 – 단순한 서비스 캐스팅을 넘어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한국 배우들의 등장이다. 많은 관객들이 ‘서비스성’ 출연이 아닐까 우려했지만, 영화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예상 외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단순히 액션 장면의 볼륨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 세계관 내에서 또 다른 층위를 만들어내는 조력자이자 관찰자로 기능한다.

이러한 캐스팅은 글로벌 관객들을 배려한 ‘할리우드식 배려’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상 꼭 필요한 인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작동한다. 아시아인 배우들이 동등한 무게감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확장성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존 윅 유니버스,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가
《발레리나》는 단순한 파생작이 아니다. 기존 존 윅 시리즈가 탄탄한 원작 서사 위에서 확장된 액션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세계관을 세로로 파고드는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졌다.
이브라는 인물을 통해 '킬러'라는 직업이 가지는 사회적 관계, 감정의 회복 불능성, 그리고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동반된다. 이는 존 윅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철학적 질문과도 닮아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서정으로 접근한다. 결국 《발레리나》는 단순히 ‘같은 장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계’를 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액션 영화의 새로운 감도 – 폭력에서 감정으로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지 ‘멋짐’만으로 소비되는 장면이 아닌,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투영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한다. 빠르고 절도 있는 액션 연출이 눈을 사로잡지만, 한편으로는 그 안에 서려 있는 감정의 레이어가 장면의 밀도를 높여준다.
예를 들어 적의 손을 꺾는 장면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이 인물이 지금 얼마나 절박한가’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작동한다면, 그 액션은 감정의 일부가 된다. 《발레리나》는 그런 의미에서 '폭력으로 감정을 말하는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결론 – 《발레리나》는 액션 그 이상이다
《발레리나》는 존 윅 유니버스의 일원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독립된 이야기와 감정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극찬할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아나 데 아르마스라는 배우가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만약 ‘존 윅이 없는데 뭐가 남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면, 꼭 이 영화를 보길 권한다. 상실과 복수, 내면의 불완전성을 그려낸 감각적인 액션 서사는 기존 시리즈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무게를 전해줄 것이다.
《발레리나》는 더 이상 ‘스핀오프’가 아니다. 하나의 독립된 감정과 이야기로 설계된, 새로운 시대의 액션 드라마다.
추천 대상:
- 존 윅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
- 여성 액션 주인공 중심 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
- 감정과 액션의 조화를 찾는 관객
- 아나 데 아르마스 팬
- 새로운 시리즈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싶은 영화팬
지금 당장 극장에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3줄요약
1.《발레리나》는 존 윅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지만, 독립적인 감정과 서사를 가진 액션 영화다.
2.아나 데 아르마스는 감정과 물리적 액션을 동시에 이끌며 완전히 새로운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3.단순한 스핀오프가 아닌, 감정 중심의 액션 드라마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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