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 내일의 죠가 납치한 시대, 블랙코미디로 본 한국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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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단순한 납치 스릴러로 포장된 블랙코미디다.  

하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이미지와 실체’, ‘권력과 익명성’, ‘이념과 농담’이 뒤엉켜 있는 복잡한 미로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는 지금 한국 사회가 가진 이중성과 아이러니를 비행기 한 대 위에 올려놓은 듯한 작품이다.  

 

 

1. 줄거리 요약

 

1970년대 어느 날, 일본에서 출발한 여객기 한 대가 납치된다.  

납치범들은 “평양으로 향하라”고 명령하지만, 사태는 예기치 않게 흘러간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이 ‘정말 평양으로 가는가’보다, ‘왜 평양으로 가는 척을 하는가’에 있다.  

 

작전은 혼란스럽고,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다.  

정부, 정보기관, 언론, 그리고 이 사건을 이용하려는 각 세력이 엉켜 들어가며 영화는 점점 더 기묘한 톤으로 흘러간다.  

관객은 납치된 비행기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혼란에 빠진다.  

이념의 방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평양’은 진짜 평양인가?  

 

결국 영화는 ‘김포를 평양으로 꾸민다’는 황당한 설정을 들고 나온다.  

이 설정 하나로 영화는 현실 풍자, 블랙코미디, 정치 패러디, 그리고 인간 심리극을 동시에 쥐게 된다.  

납치 사건이라는 극단적 프레임 안에서, 변성현 감독은 ‘진실은 연출될 수 있다’는 테마를 던진다.  

 

 

2. 작품의 정조와 감독의 시선  

 

변성현 감독은 기존 작품 ‘불한당’, ‘킹메이커’ 등에서도 권력과 인간의 욕망을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왔다.  

이번 ‘굿뉴스’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이전보다 훨씬 더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이며, 시각적으로 과감하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명언은 권위를 상징한다. 이번엔 권위를 해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즉, 영화 속 인물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허세와 이미지 조작의 냄새가 난다.  

그 허세의 구조를 해체하고, 진짜 인간의 불안과 허무를 꺼내보려 한 것이다.  

 

 

 

3. ‘내일의 죠’ 인용의 의미  

 

이 작품을 관통하는 상징은 ‘내일의 죠’다.  

일본 만화 ‘내일의 죠’는 가난하고 고독한 복서 죠가 사회의 벽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는 언제나 맞고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난다.  

1970년대 일본 사회에서 ‘죠’는 반항과 열정의 아이콘이었고, 체제 밖에서 자신을 증명하려는 상징이었다.  

 

영화 ‘굿뉴스’에서 납치범들은 자신들을 ‘내일의 죠’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체제와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가라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곧 그 믿음을 무너뜨린다.  

그들의 ‘혁명’은 허세이고, 그들의 ‘내일’은 없다.  

그들이 인용한 ‘내일의 죠’는 현실 속에선 허무한 패러디가 된다.  

 

감독은 실제로 이 만화를 인용하기 전, 원작자 측에 허락을 구하며 “이 인용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메시지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영화 속 ‘내일의 죠’는 이념의 거울이자 농담의 무기다.  

그들은 만화 속 영웅을 인용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행동은 폭력적이고 모순적이다.  

결국 ‘내일의 죠’는 영화의 주제와 맞닿는다.  

이미지에 속은 자들이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가 다시 현실을 조종한다.  

 

 

 

 

4. 연출기법 분석  

 

변성현 감독의 연출은 이번에도 확실히 실험적이다.  

그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우화처럼 왜곡한다.  

비행기 내부는 한정된 공간인데도 광장처럼 넓게 느껴지고, 조명은 인물의 감정보다는 이념을 표현한다.  

 

색채는 철저히 상징적이다.  

비행기 내부의 회색과 푸른 조명은 냉정한 시스템과 관료적 질서를 의미하고,  

‘평양’으로 위장된 김포공항 세트의 붉은 톤은 허상과 과열된 이미지 조작을 나타낸다.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보다 움직임에 집중한다.  

긴 줌인보다, 불안정한 핸드헬드와 갑작스런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이 ‘누가 믿을 만한 인물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  

즉, 진실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이 거짓을 체험하게 한다.  

 

음향 또한 의미심장하다.  

장면 전환마다 들리는 프로펠러 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시스템’의 메타포로 작동한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외친다. “이건 우리의 내일을 위한 싸움이다!”  

하지만 관객은 이미 안다. 그 싸움은 허공을 향한 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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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배우들의 연기  

 

이 영화의 무게 중심은 배우 설경구가 맡고 있다.  

그가 연기한 ‘아무개’는 이름 없는 해결사이자, 존재하지 않는 존재다.  

설경구는 이번에도 절묘한 밸런스로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는 과장되지 않게, 그러나 한 컷 한 컷마다 묘한 긴장을 품는다.  

눈빛은 무심한데 어깨의 움직임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걸음걸이 하나만으로도 ‘익명의 권력’을 느낄 수 있다.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은 군인 출신의 젊은 엘리트다.  

그는 질서와 성공의 욕망 사이에서 흔들린다.  

홍경은 실제로 근육을 늘리고, 말투와 자세를 군인스럽게 조율했다.  

그가 설경구와 맞붙는 장면에서는 세대 차이, 가치관 충돌, 권위에 대한 긴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류승범이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은 권력의 상징이다.  

그는 웃으며 폭력을 지시하고, 냉소로 불안을 감춘다.  

류승범 특유의 여유와 광기가 적절히 섞여, 이 인물을 생생하게 만든다.  

그의 존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블랙코미디의 핵심이다.  

진지함과 유머, 폭력과 냉소가 동시에 깔려 있다.  

 

일본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그들의 대사 리듬은 어색함을 일부러 살려서,  

‘언어적 불통’을 시각적 불협화음으로 바꾸는 장치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감독이 말한 “이미지의 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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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관객이 느끼는 공감 지점  

 

굿뉴스는 단순히 이념을 풍자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름 없는 사람의 존재감’을 다루는 영화다.  

주인공이 ‘아무개’로 불리는 이유가 그렇다.  

우리는 회사, 사회, 제도 속에서 이름을 잃고 산다.  

명함엔 이름이 있지만, 그건 시스템이 준 번호에 불과하다.  

설경구의 캐릭터는 그런 시대의 상징이다.  

 

또 하나의 공감 포인트는 ‘이미지의 피로감’이다.  

누군가는 ‘진보’의 이미지를, 누군가는 ‘애국’의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그 모든 이미지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연출일 수 있다.  

굿뉴스는 바로 그 피로한 연출의 시대를 비행기라는 공간에 압축시킨다.  

조종석은 권력자들이 차지했고, 승객들은 그저 “우린 어디로 가는 거지?”라고 묻는다.  

 

관객은 그 승객 중 하나다.  

영화가 끝나면 우리는 묻게 된다.  

‘이 비행기의 목적지는 정말 평양이었을까, 아니면 서울이었을까?’  

그리고 더 깊은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지금 어떤 거짓된 이미지 위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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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감독의 연출 의도와 리듬  

 

변성현 감독은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는 모든 것을 친절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사보다 이미지, 설명보다 행동으로 말한다.  

그 덕분에 관객은 스스로 의미를 조립해야 한다.  

 

장면의 리듬도 흥미롭다.  

긴박한 납치 장면과 느릿한 정치회의 장면이 교차하면서  

불균형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리듬이 불안과 웃음을 동시에 만든다.  

이것이 ‘굿뉴스’의 정체성이다.  

웃긴데 불안하고, 긴장되는데 어딘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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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내일의 죠, 그리고 인간의 얼굴  

 

‘내일의 죠’ 인용은 영화의 핵심이다.  

만화 속 죠가 링 위에서 불타오르며 말한다.  

“나는 불타는 남자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불타지 못한다.  

그들은 연출된 영웅이자, 만들어진 혁명가다.  

그들의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감독은 묻는다.  

“당신은 누구의 내일의 죠인가?”  

우리는 매일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자기 자신조차 브랜드화하고, 포장한다.  

이 영화는 그 허상 속에서 인간의 얼굴을 다시 찾으려 한다.  

웃음과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9.  결론 – 진짜 뉴스는 어디에 있는가  

 

굿뉴스는 제목부터 역설이다.  

모든 뉴스가 조작되고, 모든 사실이 연출되는 세상에서  

진짜 ‘굿뉴스’란 무엇인가.  

그 질문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도, 납치 스릴러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진실의 연출’이라는 불편한 주제를 들이민다.  

그 속에서 배우들은 이름 없는 인간의 불안을,  

감독은 이미지의 권력을,  

관객은 자기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ㅁㅁㅁㅁㅁㅁㅁ

 

10.  추천 이유  

 

1. 낯선 장르 조합 – 스릴러, 정치풍자, 블랙코미디가 한데 섞여 있다.  

2.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 – 설경구, 류승범, 홍경이 각자 다른 결을 보여준다.  

3. 미장센과 색채의 상징성 – 공간마다 색의 감정이 달라진다.  

4. 내일의 죠 인용 – 단순 오마주가 아니라 메시지의 심장이다.  

5. 웃음 뒤의 씁쓸함 – 보는 내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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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무리  

 

굿뉴스는 단순히 재미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그 안에는 권력의 연극, 이미지의 허상,  

그리고 이름 없는 인간들의 초상이 있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웃음이 남지만, 그 웃음 뒤엔 묘한 불안이 따라온다.  

그 불안이 바로 감독이 말하는 ‘진짜 뉴스’일지도 모른다.  

평양으로 가는 척하지만 결국 서울에 착륙한 그 비행기처럼,  

우리의 현실도 허상 위를 날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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