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네마토그래피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후기, ‘이게 영화다’의 순간

by moodong 2025. 10. 7.
반응형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나는 이 영화를 강동 롯데시네마에서 봤다.  
극장은 첫날이라 그런지 빈 자리가 많았다. 영화가 시작하고 첫 10분이 지나자 객석이 완전히 정적에 잠겼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폴 토마스 앤더슨(PTA)은 늘 관객의 감각을 시험하는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그 감각을 완전히 장악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단순한 이야기나 연출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건 체험이고, 감정이고, 충격이다.  
러닝타임이 상당히 긴 편이지만, 찰나처럼 지나간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이 단 몇 분처럼 느껴진다.  
단 한 컷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조명이 켜질 때까지, 나는 손끝에 힘이 들어간 채로 앉아 있었다.  


1.  이게 영화다  —  감각의 압도

요즘 볼거리는 넘치지만, ‘보는 이유’가 사라진다.  
하지만 PTA의 이번 작품은 그 이유 자체를 다시 되묻는다.  
‘왜 보는가?’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단 한 문장으로 답한다.  
“이게 영화다.”

러닝타임은 길지만, 이건 시간이 아니라 리듬의 문제다.  
PTA는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는 대신 감정의 파동을 설계한다.  
관객의 호흡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장면마다 체온을 높였다 낮춘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길지 않다.  
순간이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호흡일 뿐이다.  

온몸으로 하는 연기가 뭔지 이 미친 사람


2.  숀 펜  —  미친 연기의 정의

이 영화에서 숀 펜은 ‘연기의 기준’을 새로 쓴다.  
그는 연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연기가 된다.  
표정 하나 없이 고요하게 분노를 쌓고, 감정을 말 대신 시선으로 흘린다.  
그의 눈빛은 인간의 무게와 세월, 죄의식과 사랑을 동시에 담는다.  
누구하나 연기가 빠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탁월하다.  
조연조차 단 한 장면도 낭비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톤으로 존재하고, 모두가 이 전쟁의 일부로 움직인다.  
이 영화의 캐스팅은 ‘균형’이 아니라 ‘합주’에 가깝다.  
하나의 악기가 빠지면 음악 전체가 무너질 만큼 정확하게 짜여 있다.  

PTA는 배우에게 자유를 주는 감독이지만, 그 자유는 방임이 아니다.  
그는 프레임과 빛, 카메라 움직임으로 감정의 통로를 만들어준다.  
그 위에서 숀 펜은 스스로를 붕괴시킨다.  
그 붕괴의 과정이 연기이고, 그 파편이 영화다.  

비밀번호... 몰라... 시벌놈아....


3.  PTA의 연출  —  미쳤다, 그리고 완벽했다

PTA의 연출은 그야말로 미쳤다.  
그는 감정을 조율하는 지휘자이자, 폭발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이번 작품은 그의 사상 최대 버짓이 투입된 영화라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규모 속에서도 그는 자기 색을 잃지 않는다.  
큰 돈이 들어가면 대체로 감독의 개성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PTA는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그는 카메라를 전투처럼 다룬다.  
한 장면 안에서도 초점이 계속 이동하고, 시점이 뒤집힌다.  
현란한 편집 대신 절묘한 타이밍으로 긴장감을 쌓는다.  
장면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숨을 참고 있다가, 한 컷으로 감정을 터뜨린다.  
그게 그의 연출의 본질이다.  
PTA는 ‘혼돈을 통제하는 감독’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 보이지만, 그 혼란은 철저히 계산된 구조 안에 있다.  
이건 광기이자 수학이다.  

요...요렇게 해보까...?


4.  색을 잃지 않은 거장

이번 작품은 PTA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상업적이라 평가된다.  
하지만 그는 절대 상업의 언어로 타협하지 않았다.  
그의 색은 여전히 명확하다.  
붉은색은 분노를, 푸른색은 망설임을, 회색은 인간의 죄책을 상징한다.  
프레임은 언제나 불안하게 흔들리고, 인물은 중앙에 서지 않는다.  
그는 완벽한 구도를 일부러 깨며, ‘불균형의 미학’을 만든다.  
그게 바로 PTA의 색이다.  

그의 카메라에는 냉정한 이성과 뜨거운 감정이 공존한다.  
모든 움직임이 계산되어 있지만, 그 결과는 감정적으로 폭발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아름답고, 또 위험하다.  
보는 내내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함 속에서, 나는 계속 현실을 잃어버렸다.  
PTA는 영화를 ‘보는 행위’에서 ‘체험하는 행위’로 끌어올린다.  

우다다다다다다


5.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 불릴 이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순히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이건 21세기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 중 하나다.  
감정, 기술, 서사, 연기, 음악, 편집 —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PTA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 영화는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는 싸움의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  
그는 싸움 그 자체, 그리고 싸움 이후의 공허를 다룬다.  
전투는 계속된다.  
하나의 전투가 끝나면 또 다른 전투가 시작되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싸움이 이어진다.  

PTA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인간이 어떻게 버티는가에 관심이 있다.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버티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 말처럼,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우리는 매일 전투를 치르고, 매일 살아남는다.  
그 전투의 기록이 바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다.  

영혼이 너울친다


6.  엔딩  —  세 대의 차량, 세 개의 영혼

마지막 장면의 세 대 차량 추격은 말 그대로 미쳤다.  
그건 단순한 액션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절망, 욕망, 그리고 구원의 충돌이다.  
차량은 하나의 캐릭터처럼 움직이고,  
PTA는 그 속도와 빛으로 감정을 그린다.  
차량이 부딪히는 순간마다, 인간의 내면이 갈라진다.  
편집은 빠르지만 혼란스럽지 않다.  
음악은 폭발적이지만 결코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 장면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마지막 외침 같다.  
나는 숨을 멈춘 채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경험이었다.  

 

 

(영문도서)One Battle After Another: The Definitive Preview Guide to Paul Thomas Anderson's... Paperback - 휴먼 에세이 |

쿠팡에서 (영문도서)One Battle After Another: The Definitive Preview Guide to Paul Thomas Anderson's... Paperback 구매하고 더 많은 혜택을 받으세요! 지금 할인중인 다른 휴먼 에세이 제품도 바로 쿠팡에서 확인할 수

www.coupang.com


7.  결론    이게 영화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PTA는 자신의 세계를 잃지 않은 채, 영화의 본질을 되살렸다.  
숀 펜의 연기는 인간의 깊이를 새로 썼고,  
모든 배우가 그 세계 안에서 완벽하게 호흡했다.  
러닝타임은 길었지만, 찰나처럼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영화로부터 놓여나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그냥, 이게 영화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다시 극장에 와야 하는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