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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드라마를 본 사람은 줄거리보다 엉뚱한 음식을 먼저 떠올릴 때가 있다. 누군가는 밀전병을 종잇장처럼 얇게 부쳐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식혜와 만두를 반드시 직접 만들어야 성의가 있다고 여긴다. 심각한 가족 갈등이 오가는 와중에도 국수의 면 냄새와 고명을 따지는 대화가 길게 이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괴식’ 취향처럼 보였다.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조금 다르다. 이상한 것은 음식 자체보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다. 임성한 드라마 속 음식에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을 아는 사람이 상대를 평가한다.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특히 자주 언급되는 다섯 가지를 실제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정리했다. 《인어 아가씨》의 돼지고기양배추찌개는 2002년 방영 당시 공유된 레시피를 가정용으로 다듬었다. 밀전병·두부젓국·식혜·비빔국수는 작품에서 정확한 계량값이 공개된 조리법이 아니라, 화면 속 음식과 일반적인 가정식 조리법을 바탕으로 만든 재현용 레시피다.
1. 《인어 아가씨》 돼지고기양배추찌개

《인어 아가씨》 속 음식을 참고해 재현한 돼지고기양배추찌개
가장 선명한 사례다. 다진 돼지고기를 양배추 잎으로 말고 토마토케첩과 육수를 부어 끓인다. 이름은 찌개지만 모양과 조리법은 롤드 캐비지에 가깝다.
이 음식은 한 장면에 잠깐 놓였다가 사라지지 않는다. MBC 공식 회차 소개를 보면 79회에서 주왕이 아리영에게 들은 찌개를 만들려고 재료를 부탁한다. 80회에는 늦은 밤까지 직접 끓이고, 가족이 그 음식으로 야참을 먹는다. 다음 회차의 생일 음식 장면까지 이어진다.
재료, 2~3인분
- 양배추 큰 잎 6장
- 다진 돼지고기 200g
- 양파 1/2개
- 달걀 1/2개 분량
- 빵가루 3큰술
- 밀가루 1큰술
- 육수 500ml
- 토마토케첩 2큰술
- 소금·후추 약간
- 식용유 약간
만드는 법
- 양배추 잎의 두꺼운 줄기를 얇게 저민 뒤 소금물에 2~3분 데친다. 찬물에 식히고 물기를 닦는다.
- 다진 돼지고기에 다진 양파 절반, 달걀, 빵가루, 소금과 후추를 넣고 끈기가 생길 때까지 섞는다.
- 양배추 잎 안쪽에 밀가루를 아주 얇게 뿌린다. 고기 반죽을 올려 양옆을 접고 원통형으로 단단히 만다.
-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남은 양파를 볶는다. 육수와 케첩을 넣어 끓인다.
- 양배추말이의 접힌 면을 아래로 놓고 약불에서 25~30분 끓인다. 중간에 국물을 한두 번 끼얹고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케첩 맛이 너무 앞으로 나오면 육수를 50ml 정도 더 넣는다. 양배추말이를 세게 끓이면 풀어지므로 국물이 살짝 움직이는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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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손으로 찢어 먹는 얇은 밀전병

2026년 4월 한국철도일보는 임성한 드라마에서 밀전병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얇게 부쳐 손으로 찢어 초간장에 찍거나, 채소와 고명을 올려 싸 먹는 방식이다.
밀전병은 구절판처럼 정갈하게 차려도 되지만, 이 글에서는 집에서 프라이팬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반죽을 썼다. 부침가루보다 중력분을 쓰면 간이 세지 않고 얇게 펴기 쉽다.
재료, 8~10장
- 중력분 120g
- 물 180ml
- 소금 한 꼬집
- 식용유 약간
- 오이 1/2개
- 당근 1/3개
- 표고버섯 2개
- 달걀 1개
초간장은 진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물 1큰술, 설탕 1/2작은술을 섞는다.
만드는 법
- 중력분과 소금을 섞고 물을 두세 번 나눠 부어 멍울이 없게 푼다. 체에 한 번 내린 뒤 15분 둔다.
- 오이·당근·표고버섯을 가늘게 채 썰어 각각 살짝 볶는다. 달걀은 얇게 부쳐 채 썬다.
- 약불로 달군 팬에 기름을 묻힌 키친타월을 한 번 문지른다.
- 반죽 2큰술 정도를 붓고 팬을 돌려 최대한 얇게 편다. 가장자리가 마르면 뒤집어 10초만 익힌다.
- 전병을 손으로 찢어 초간장에 찍거나, 채소 고명을 넣고 한입 크기로 만다.
첫 장이 두껍게 나오면 물을 1큰술씩 추가한다. 반죽이 너무 묽으면 뒤집을 때 찢어지므로 한 번에 많은 물을 넣지 않는다.
얇은 밀전병에 쓰기 좋은 백설 중력 밀가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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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우젓으로 간하는 두부젓국

새우젓으로 간한 두부젓국
두부젓국의 핵심은 재료보다 간이다. 두부와 맑은 육수에 새우젓으로 짠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낸다. 드라마식 표현을 빌리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맞추는 음식이다.
재료, 2인분
- 두부 300g
- 멸치다시마육수 600ml
- 새우젓 2작은술부터
- 대파 1/3대
- 다진 마늘 1/3작은술
- 홍고추 또는 실고추 약간
- 후추 약간
만드는 법
- 두부는 숟가락으로 먹기 좋은 2cm 크기로 자른다. 대파는 송송 썬다.
- 육수를 끓인 뒤 두부를 넣고 중약불에서 4분 끓인다.
- 새우젓 2작은술을 국물에 풀어 넣는다. 새우젓마다 염도가 다르므로 맛을 본 뒤 1/2작은술씩 추가한다.
-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1분만 더 끓인다. 후추와 고추를 조금 올려 마무리한다.
새우젓을 처음부터 많이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두부가 데워진 뒤 마지막에 간을 잡으면 실패가 적다.
두부젓국에 넣을 국내산 새우젓 후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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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밥알이 뜰 때까지 기다리는 수제 식혜

엿기름으로 만든 수제 식혜
임성한 드라마에서 직접 만든 음식은 정성을 증명한다. 식혜는 그 성격이 가장 잘 보이는 메뉴다. 엿기름물을 내고, 밥알이 뜰 때까지 삭히고, 마지막에 끓여야 끝난다.
재료, 약 2L
- 엿기름가루 200g 또는 식혜용 엿기름 티백 1팩
- 물 2L
- 고슬고슬한 밥 1공기
- 설탕 120~160g
- 생강 1쪽, 선택
- 잣 약간, 선택
만드는 법
- 엿기름가루를 쓴다면 미지근한 물 1.5L에 30분 불린 뒤 면포로 짠다. 20분 가라앉혀 맑은 윗물만 쓴다. 티백 제품은 포장지의 물 비율을 우선한다.
- 밥솥에 밥을 넣고 엿기름물을 붓는다. 보온으로 4~6시간 두고 밥알이 네다섯 개 떠오르는지 본다.
- 삭힌 물을 냄비로 옮긴다. 떠오른 밥알 일부는 찬물에 헹궈 따로 보관하면 고명으로 쓰기 좋다.
- 설탕과 생강을 넣고 10분 이상 끓인다. 거품을 걷고 완전히 식힌다.
- 냉장 보관한 뒤 밥알과 잣을 띄워 마신다.
보온만 하고 마시면 안 된다. 삭힌 뒤에는 반드시 충분히 끓이고, 식으면 냉장 보관한다. 단맛은 뜨거울 때 약하게 느껴지므로 설탕을 한꺼번에 넣지 않는 편이 낫다.
집에서 쓰기 편한 식혜용 엿기름 티백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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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치와 고명을 넉넉히 올린 비빔국수

김치와 고명을 넉넉히 올린 비빔국수
《압구정 백야》의 비빔국수 장면도 자주 언급된다. 예상하기 어려운 순간에 먹방이 이어지고, 국수 한 그릇에도 면 냄새·김치·고명 같은 세세한 기준이 붙는다.
재료, 2인분
- 소면 200g
- 잘 익은 김치 150g
- 오이 1/2개
- 삶은 달걀 1개
- 참깨 약간
양념장은 고추장 2큰술,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진간장 1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김치국물 2큰술을 섞는다.
만드는 법
- 김치는 한입 크기로 자르고 오이는 가늘게 채 썬다. 양념장은 설탕이 녹도록 미리 섞는다.
-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여 소면을 넣는다. 거품이 오르면 찬물을 반 컵 붓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 면을 한 가닥 먹어보고 중심까지 익었으면 건져 찬물에 여러 번 비벼 씻는다. 물기를 충분히 뺀다.
- 면과 김치에 양념장을 먼저 80%만 넣어 버무린다. 맛을 보고 남은 양념을 조절한다.
- 오이·삶은 달걀·참깨를 넉넉히 올린다.
면의 전분을 제대로 씻어야 양념을 넣은 뒤 뭉치지 않는다. 김치가 짜면 간장을 절반으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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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곧 사람 평가표가 되는 드라마
다섯 메뉴의 공통점은 맛만이 아니다. 손이 많이 간 음식은 애정의 증거가 되고, 조리법을 아는 사람은 생활의 권위를 갖는다. 음식을 제대로 만들고 먹는 일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바뀐다.
만두 한 접시를 두고 누가 만들었는지, 피를 직접 밀었는지, 속을 어떻게 넣었는지만 물어도 그 집안에서 누가 칭찬받고 누가 눈치를 보는지 드러난다. 식탁에서 오가는 생활상식은 자연스럽게 작은 권력관계가 된다.
《압구정 백야》의 국수처럼 음식이 들어오는 타이밍도 독특하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쌓이는 일일드라마에서 갑자기 식탁에 앉아 음식 이야기를 길게 하면 극의 속도가 잠시 끊긴다. 내용만 떼어 놓으면 생활정보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말인데, 큰 사건 사이에 끼어 있으니 더 이상하게 기억된다.
임성한 드라마의 음식은 소품으로만 남지 않는다. 돼지고기양배추찌개를 끓이는 사람, 밀전병을 제대로 먹는 사람, 식혜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 그 집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 결정한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누가 생활의 규칙을 쥐고 있는지, 누가 아직 그 가족에 들어오지 못했는지가 식탁 위에서 드러난다.
괴식이라고 웃고 지나가기에는 꽤 일관된 세계다. 임성한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인 권력은 회사나 재산보다 ‘이 음식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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