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들을 미치게 하는 날, The DAY –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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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들에게도 운명의 날이 있다. 

우연히도 세계적인 거장 세 명이 같은 날 신작을 내놓을 때, 

그날은 단순한 개봉일을 넘어선다. 

바로 영화사적인 사건, 기록될 만한 날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관객들에게 2025년 10월 1일은 그런 ‘The Day’로 기억될 것이다. 

이 날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는 단순한 기대작이 아니라, 

영화 언어의 방향성을 바꾸고 새로운 대화를 촉발할 거대한 흐름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귀환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현대 미국 영화의 아이콘, 폴 토머스 앤더슨(PTA). 

그는 늘 시대의 욕망과 불안을 가장 기묘하고 심오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욕망과 석유, 피와 신앙을 충돌시켰고, 

<팬텀 스레드>에서는 집착과 사랑의 불편한 동거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묘사했다. 

그리고 <리코리쉬 피자>에서는 청춘의 불완전한 빛과 그림자를 그렸다. 

그런 그가 돌아온다.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제목만으로도 묵직하다. 

전쟁이 아니라 ‘끝없는 싸움’의 연속을 말하는 이 영화는 

개인과 사회, 가족과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결을 다룬다.

예고편 속 이미지는 황량한 사막, 그리고 총을 든 남자의 얼굴이다. 

여기에는 이미 PTA 특유의 불길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의 영화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가 인물의 내면을 해부하는 장치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현대 미국의 폭력과 생존,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시 꺼내 들었고, 

주연 배우들의 거친 얼굴은 관객들에게 "이건 결코 편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PTA의 신작은 언제나 ‘사건’이지만, 이번에는 동시대 거장들과 같은 날 개봉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 미러 넘버 3

독일 영화의 정교한 장인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일찍이 <피닉스>와 <트랜짓>, <운디네>를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서사를 구축해왔다. 

그는 독일 베를린파의 핵심 감독으로, 역사와 개인,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겹쳐내며 유럽 예술영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망명자, 떠도는 자, 경계에 선 존재들이었다. 

신작 <미러 넘버 3(Mirror Number 3)>는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거울’이라는 이미지는 정체성과 타자의 관계를, 숫자 ‘3’은 복수성과 균열을 연상시킨다.

이번에도 페촐트는 오랜 파트너인 파울라 베어와 함께한다. 

그녀는 <트랜짓>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연기를 보여줬고, 

<운디네>에서는 현대적 신화를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미러 넘버 3>는 두 사람의 협업이 만들어낼 또 하나의 ‘냉정하면서도 뜨거운’ 영화가 될 것이다. 

독일적 현실주의와 신화적 상징성을 교차시키는 

페촐트 특유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관객들을 매혹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자파르 파나히 – 그저 사고였을 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그는 늘 검열과 억압 속에서도 카메라를 든 채 자신과 사회를 기록해왔다. 

<택시>에서는 이란 사회의 일상 속을 유영하며 통렬한 풍자를 펼쳤고, 

<세탁소의 여인>, <3 Faces>에서는 일상의 균열을 통해 거대한 구조적 폭력을 드러냈다.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은 제목부터 아이러니하다. 

정말로 ‘사고’였을까,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의 은폐일까? 

파나히는 단순한 사건을 통해 체제와 인간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은 이란 내부에서는 상영조차 힘든 현실을 안고 있지만, 

세계 영화 팬들에게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꼽힌다. 

파나히의 카메라는 언제나 진실을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예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저항의 문제다. 

한국에서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건이다.

The Day – 10월 1일의 의미

만약 한 도시에서 동시에 칸, 베를린, 베니스를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바로 그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 크리스티안 페촐트, 자파르 파나히.

세 거장이 같은 날 신작을 내놓는다는 것은 영화 팬들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경험이다.

SNS에서 “지갑 텅 빌 결심”, “연차 쓴다”, “하루에 세 편 다 본다”는 말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국 영화 시장에도 큰 의미가 있다. 

멀티플렉스에서는 블록버스터 위주의 상영이 이어지지만, 

동시에 이런 예술영화, 거장들의 신작들이 굵직하게 개봉하는 날은 드물다. 

이 세 편의 영화는 단순히 ‘소수 취향’을 넘어, 

한국 관객들에게 세계 영화와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특히 파나히의 영화는 온라인 불법 경로가 아니라 정식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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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

이 세 영화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삶 속의 갈등’을 다룬다.

PTA는 가족과 폭력, 페촐트는 관계와 욕망, 파나히는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생존을 이야기한다.

모두 쉽게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촉발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세 작품이 같은 날 개봉한다는 것은 단순한 ‘겹침’이 아니라,

시대가 우리에게 동시에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관람 전략 – 시네필들의 고민

문제는 현실이다. 세 편 다 하루에 보자니 체력도 지갑도 문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긴 호흡과 무거운 정서를 가진 영화일 가능성이 높고,

<미러 넘버 3>는 차분히 음미해야 하는 스타일, <그저 사고였을 뿐>은 사회적 맥락을 곱씹어야 한다.

한꺼번에 몰아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각 작품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이틀에 나눠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네필들이 “그날 세 편 다 본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같은 날 같은 감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경험이 주는 짜릿함 때문이다.

결론 – The Day는 곧 사건이다

2025년 10월 1일은 단순히 영화 개봉일이 아니다.

한국 영화 팬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 PTA, 페촐트, 파나히.

이 세 감독이 같은 날 극장에 걸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화적 사건이다.

이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훗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나는 세 거장의 신작을 같은 극장에서 본 사람이었다.”

바로 이것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집단적 추억이자, 시네필들의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