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 해석과 관람평 후기, 평론가와 일반 관객의 시선, 그리고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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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화제의 작품 중 하나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등에 업고 돌아온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대중적 화제성까지 확보했다.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차승원 등 초호화 배우들이 출연했고, 음악은 런던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는 등 완성도에도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도 감독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관객을 끌어당겼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폭력과 욕망, 사랑과 죄의식, 권력과 복수를 교차시키며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올드보이가 폭력과 복수의 기괴한 미학을 선보였다면, 아가씨는 에로티시즘과 권력 관계를 뒤틀어낸 세련된 연출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멜로드라마와 느와르를 절묘하게 섞어 한국 영화의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를 들었다. 어쩔수가없다는 바로 그 연장선에서 박찬욱의 세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이번에는 원작 소설 액스를 한국적 맥락으로 옮겨오며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무력해진 인간의 얼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회사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는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재취업에 나선다. 그러나 취업 시장은 냉혹하다. 그는 점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며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려 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가족이 다시 모여 화목하게 바비큐를 즐기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결코 진정한 화해와 회복이 아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내면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균열에 잠식당했다. 감독 스스로도 “영혼은 이미 죽어 있다”고 언급했듯,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위장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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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라는 제목은 영화 전체를 꿰뚫는 핵심 언어다. 

만수는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며 반복적으로 이 말을 되뇐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변명이 아니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 속에서 개인이 무력해질 때 가장 쉽게 사용하는 자기 합리화의 기제다. 관객은 스크린 속 만수가 중얼거리는 그 말을 들을 때, 자신 역시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같은 말을 해왔는지 떠올리게 된다. 박찬욱은 이 언어를 통해 한국 사회가 공유하는 무력감과 체념을 드러낸다.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도 두드러진다. 

미리(손예진)는 억눌린 듯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주체적으로 행동한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히 가족을 지키려는 차원을 넘어, 남성 중심 서사에 균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캐릭터 아라(염혜란)는 욕망과 자유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만수의 서사에 맞서는 또 하나의 축으로 기능한다. 박찬욱이 이전 작품들에서 늘 여성 캐릭터를 중요한 서사의 주체로 배치해온 맥락이 그대로 이어진다. 아가씨에서 하녀와 주인이 공모해 남성 권력 구조를 뒤흔들었듯, 이번에도 여성 캐릭터들은 단순한 주변인이 아니라 극의 방향을 바꾸는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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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평은 극명하게 갈린다.

평론가들은 사회적 메시지와 상징 체계를 높이 평가하며, 영화가 은유가 아닌 직유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예술적 완성도와 박찬욱 특유의 디테일, 배우들의 연기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일반 관객 중 상당수는 전개가 늘어지고 난해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부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고, 일부는 영화를 본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이 영화는 불편함을 안겨주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영화가 던진 질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 일색이다. 

이병헌은 절망과 폭력 사이를 오가는 가장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손예진은 억눌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아내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염혜란은 자유로운 욕망과 파괴적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연으로 출연한 이성민, 박희순, 차승원 역시 각각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 영화 전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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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오래 남는다. 

가족이 모여 웃고 대화하는 바비큐 장면은 얼핏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평화는 허상이다. 만수가 저지른 선택은 지워지지 않고, 가족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안고 있다. 이 결말은 겉으로는 해피엔딩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가장 절망적인 비극을 암시하는 장치다.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묘한 불안과 허무함을 안게 된다.

 

 

평론가와 일반 관객의 시선 차이는 명확하다. 

평론가들은 영화의 상징, 사회 비판, 감독의 연출 의도에 집중한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반복될 때마다 그것을 구조적 폭력의 은유로 읽고, 엔딩을 가장된 해피엔딩으로 해석한다. 반면 일반 관객은 이야기가 얼마나 와닿았는지, 감정적으로 몰입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평론가가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보는 장면을 관객은 지루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관객이 불편하다고 여긴 장면을 평론가는 영화의 의도된 장치라고 분석한다.

 

박찬욱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어쩔수가없다는 몇 가지 지점에서 독특하다. 

올드보이가 폭력과 복수의 미학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아가씨가 에로틱 스릴러와 권력 구조의 전복으로 미학적 실험을 보여줬으며, 헤어질 결심이 멜로드라마와 느와르를 교차시켜 인간 관계의 모호함을 탐구했다면, 이번 작품은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이번에 은유의 껍질을 벗기고 사회적 메시지를 정면으로 던진다. 웃음과 풍자를 도입했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불편함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박찬욱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미학을 현실 사회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접속시킨다. 그 결과 어쩔수가없다는 그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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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불편함과 질문을 남기는 영화일수록 오래 기억된다.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신이 얼마나 자주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현실에서 되뇌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 질문은 단순히 영화의 메시지가 아니라,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다운 영화가 된다. 그는 늘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 권력과 사랑의 뒤엉킨 풍경을 보여주며 관객을 흔들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는 더 노골적이고, 더 직접적이며, 더 불편하다. 그리고 바로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금 마주해야 하는 진실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사회 비판극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관객마다 다른 경험을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무겁고 또렷하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끝나도 질문은 남는다. 나는 언제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내 삶의 구실로 사용했는가.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이미 이 영화는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