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를 보고 난 뒤: 웃음과 달빛이 남긴 잔여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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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보고 나서, 웃음과 차가움이 동시에 목젖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기묘한 잔향이 남았다. 장르적 쾌감으로 포장된 오락성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권력의 산술이 가져오는 서늘한 감정이 동시에 스크린 위에 고인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회의의 문법’, ‘브리핑의 문법’, 그리고 ‘사건을 소비하는 뉴스의 문법’이 이 영화 안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재현된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익숙해서 우스우면서도, 익숙해서 더 불편하다. 이 글은 감독님 시점의 비평처럼 보이되, 독자에게는 ‘굿뉴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한번에 빨려들게 하는 구조로 구성한다.
나는 이 영화가 보여준 블랙코미디의 방식이 단순히 ‘웃기는 방식’이 아니라 ‘의미의 스위치를 뒤집는 방식’이라고 느꼈다. 웃어놓고 보니 다음 장면에서 차가운 진실이 기다리고 있고, 그 조합 덕분에 영화는 양쪽의 온도 차를 이용해 관객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한국 관객이라면 특히 익숙한 회의실의 공기—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모두가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 그 묘한 분위기—를 이 영화는 낱낱이 해부한다. 책임은 분산되고, 결정은 유예되고, 언어는 모호하게 정리된다. 그런데 그 모호함이 이상하게 재밌어서 또 웃고, 웃어놓고 나면 곧바로 허무가 밀려와 멈칫하게 된다. 이게 바로 ‘굿뉴스’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지점이다.
블랙코미디는 종종 ‘웃음으로 덮는다’는 오해를 받지만, 이 작품의 웃음은 커버가 아니라 드러냄이다. 특히 국가와 권력의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히 비효율적이어서 웃긴 것이 아니라, 너무 정교하게 돌아가서 웃긴다는 점이 중요하다. 효율적인 무책임, 세련된 모호함, 정교한 책임 회피. 이 세 요소가 영화의 주요 장면마다 다른 톤으로 나타나며, 관객을 붙잡고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 불편한 침묵으로 데려간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흔히 두 가지 비판을 받는다. ‘사실과 다르다’ 혹은 ‘미화했다’. 그러나 굿뉴스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의 렌즈를 통해 이 논쟁 자체를 슬쩍 비켜간다. 영화는 개별 사건의 세부 묘사나 사실관계를 1:1로 재현하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군—정치—미디어—대중’이라는 층위 구조가 하나의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활용하고, 재포장하고, 결국 어떻게 잊어버리는지를 분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사실 전달이 아닌 구조 전달이다. 사건의 디테일은 다를 수 있으나, 구조는 놀랄 만큼 익숙하다. 이 구조의 진짜 주인공은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이고, 그 생명이 숫자와 확률 속에서 어떤 가치로 호명되는가가 영화의 핵심 질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국적과 언어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일본 배우가 일본어로 말하고 한국 배우는 일본어로 대꾸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국가 간 감정선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들의 언어는 장식이 아니라 사건의 구조적 필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리듬이 과잉으로 소비되지 않고, 서로의 호흡을 존중하는 연기가 무대 위에서 안정적으로 맞붙는다. 이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에 관객은 언어를 통해 갈등을 떠올리기보다 사건의 밀도를 더 또렷하게 느낀다. 감정의 과잉 대신 호흡의 실재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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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CG 역시 이 영화의 신뢰도를 구성하는 핵심 장치이다. 공항은 ‘실제 교환이 벌어지는 무대’, 회의실은 ‘결정의 유예가 전문적으로 수행되는 무대’, 뉴스 스튜디오는 ‘감정의 포장과 세탁이 이루어지는 무대’로 촘촘히 설계된다. 배경은 과장되지 않고 절제되어 있으며, 오히려 그 절제가 영화 전체의 리얼리티를 떠받친다. 표지판의 반사광, 테이블의 배치, 마이크 헤드의 작은 먼지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 가진 과장’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한국 관객이라면 회의실의 형광등 반사만 봐도 “아, 저 분위기…” 하고 알아채게 되는 그 미묘한 공기가 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뉴스는 사건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화면은 축제의 톤으로 바뀌며 관객이 ‘괜찮아졌구나’라고 오해할 틈을 준다. 하지만 달빛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는 조용히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뉴스의 환한 톤 뒤에 남겨진 잔여 감정을 달빛이 고요하게 비춘다. 한국 관객이라면 더욱 익숙할 것이다. 뉴스가 사건을 끝내고 떠난 자리에 느껴지는 허전함, 감정의 빈자리, 정리되지 않은 무엇. 굿뉴스는 그 잔여를 외면하지 않고 남겨둔다. 이 남김이 이 영화가 윤리적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제4의 벽을 넘는 연출 또한 작품의 설계 목적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는 관객이 장면 속에서 ‘안전하게 웃는 위치’에 계속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갑자기 관객을 호출하는 순간, 우리는 의자에서 몸이 살짝 들리는 기분을 느낀다. 웃음의 안전지대가 무너지고, 책임의 감각이 스크린 바깥에서 다시 태어난다. 블랙코미디가 요구하는 자발적 판단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다. “너는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한다.
연기는 모든 면에서 빈틈이 없다. 과장과 절제가 충돌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는 장난처럼 보이는 미세한 표정과 호흡까지 서사를 밀어붙인다. 특히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들이 많은데, 이 감정이 억지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각 배우의 디테일한 톤 덕분에 자연스레 생긴다. 그들이 너무 무능해서 웃기다가도, 너무 인간적이어서 미워하기 어렵다. 풍자는 잔혹한데, 인간은 여전히 따뜻하다. 이 균형이 바로 굿뉴스의 핵심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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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큰 윤리적 질문은 결국 하나다. “한 사람의 생명은 숫자 속에서 어떻게 취급되는가?” 국가가 매일 계산하는 수많은 지표, 예산, 지지율, 리스크 관리 속에서 개인의 생명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 굿뉴스는 이 질문을 웃음 직후 가격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던진다. 관객은 가격표를 보고 웃지 않는다. 오히려 묵직한 침묵을 느낀다. 우리는 언제부터 숫자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는가. ‘국가가 말하는 우리’와 ‘내가 느끼는 우리’가 겹치지 않을 때, 한 사람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영화는 그 틈을 시각적·언어적·구조적으로 극대화한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나라별로 ‘웃을 포인트’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멈추는 포인트’는 동일하게 설계되어 있다. 웃음의 지점은 문화적이지만 멈춤의 지점은 인간적이다. 이 단일한 멈춤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성공 이유다. 국가의 논리와 개인의 감정이 충돌할 때, 멈춤의 순간에 인간의 얼굴이 남아 있게 된다.
뉴스를 다루는 솜씨도 탁월하다. 뉴스라는 장르는 빠르게 포장하고 빠르게 세탁한다. 사건을 정리하고 책임을 흐리고 감정을 유통기한 있는 재료로 취급한다. 굿뉴스는 이 과정을 영리하게 풍자한다. 화면은 밝아지고, 자막은 긍정으로 가득하지만, 관객의 마음은 갑자기 비어버린다. 이 ‘비어 있음’을 달빛으로 대체하는 연출이 영화의 마지막 레이어를 완성한다. 웃음으로 씻어내지 못한 잔여를 남겨둔 채 관객을 돌려보내는 것. 이 잔여가 이 영화의 윤리적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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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이 영화가 너무 익숙해 섬뜩했다. 매일 뉴스에서 보는 ‘사건—브리핑—엔딩’의 구조가 영화 안에서 거의 그대로 재현된다. 회의—합의—유예의 흐름 또한 일상적 문법과 닮아있다. 익숙함이 웃음을 주고, 동시에 불편함을 쥐여준다. 달빛을 보는 순간의 기시감은 그래서 더 강했다. 뉴스가 끝났다고 말하지만, 감정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총평. 내 점수는 4.8이다. 제4의 벽을 넘는 연출은 관객의 위치를 재배치했고, 연기는 국적을 넘나드는 호흡 속에서도 빈틈 없이 서사를 구축했다. 웃음으로 서로를 설득하려는 용기, 멈춤으로 서로를 보호하려는 지혜, 그리고 다국적 협업이 만들어낸 세밀한 균형이 흠잡을 데 없이 맞물린다. 영화는 '국가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문장을 감각의 체험으로 바꿔놓는다. 웃었고, 멈췄고, 잠깐 조용해졌고, 그리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오락과 예술, 윤리와 즐거움이 만나 만든 드문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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